에로스와 프시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Posted by 헤드린
2018. 4. 26. 23:02 일상/일상상식


에로스와 프시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그리스신화의 에로스는 로마신화에서는 큐피드라 한다.

에로스는 항시 화살통을 메고 다니면서 사랑의 화살을 쏘아댄다.

에로스의 어머니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적을 골탕먹이기 위해 화살을 쏘기도 하고,

또는 자신을 우습게 취급한 아폴론에게도 화살을 쏴 엉뚱한 사랑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얄궂은 에로스가 정작 자신은 누구를 사랑했으며, 또 그 사랑은 어떠했을까?

마냥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스로마신화를 구성하는 신들의 이야기들은,

매 이야기마다 한 권의 소설이 되기도 하고 또는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한다.

신들의 이야기지만, 인간들의 이야기며, 인간의 모든 속성을 보여준다.

 

그리스로마신화는 모험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많은 사랑이야기 중에서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은 정말 아름답다.

어떤 소설보다도 아름다운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이야기를 올려본다.

 

에로스는 신이 아닌 인간을 사랑했다.

어느 왕의 셋째 딸 프시케를 사랑한 것이다.

 

공주 프시케는 매우 아름다웠다.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프시케를 보려고 모여드는 사람들로 성문 앞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프시케를 보려고 몰리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다름 아닌 프시케한테 사람들이 몰리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신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만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매우 화가 났다.

 

너무 아름다워 신이 시기한다는 말이 아마 이때 생겨난 듯,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아들 에로스에 명했다.

"너의 화살로 프시케가 미천한 자를 사랑하도록 연정을 불어 넣어라."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프시케가 잠든 사이 찾아갔다.

그리고 잠에 빠져있는 프시케에게 아프로디테의 명령을 막 행하려 했다.

 

그런데 무슨 기운을 느꼈던지 프시케가 깨어나고 말았다.

에로스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바람에 에로스는 자신의 화살에 자신이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러자 에로스는 프시케에 대한 사랑이 불타올랐다.

 

 

에로스가 프시케를 사랑하게 되자 프시케에게는 청혼하는 자들이 없어져 버렸다.

두 언니는 왕자들과 결혼했는데 프시케는 상대가 없어 결혼할 수 없었다.

왕은 답답하여 아폴로신전에 가서 신탁을 구하자 답이 돌아왔다.

그 답은 프시케는 인간과 결혼할 수 없고, 그렇다고 신도 아닌 괴물과 결혼할 것이며,

지금 남편이 될 그 괴물이 산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왕은 신탁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왕은 어쩔 수 없어 슬퍼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프시케를 산의 정상에 데려다 놓았다.

 

프시케는 홀로 남아 공포에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자 서풍 제피로스가 프시케를 일으켜 가뿐히 골짜기로 인도했다.

골짜기는 화원이었다.

 

프시케는 차차 마음이 진정되어 갔다.

프시케는 화원 이곳저곳을 거닐다가 궁전 하나를 발견했다. 무척 아름다운 궁전이었다.

그 궁전은 신의 은신처 같았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프시케는 감탄과 경이로움에 이끌리며 자신도 모르게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의 기둥은 황금으로 되어 있었으며 많은 보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름다움에 취해 있는 중에, 어느덧 프시케는 그곳에서 여왕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종들은 누구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으며, 항시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프시케는 충만된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신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데 그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언제나 낮에는 사냥을 나가고 밤에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남편의 음성은 사랑으로 충만해 있었다.

 

하루는 프시케가 남편에게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이 사랑이 충만한 목소리로 말하기를,

"당신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으나 정당한 이유가 있어 그럴 수가 없소. 나를 볼 생각은 말아주오."

그리고 덧붙이기를,

"중요한 것은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고 나는 오직 그것만을 바라오.

그리고 나는 그대가 나를 신으로서 숭배하는 것보다 같은 인간으로서 사랑하기를 바라오."

남편의 사랑으로 가득 찬 말을 듣고 프시케는 안도하며 마냥 행복해했다.

 

행복에 잦은 프시케는 언니들이 보고 싶고 또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언니들을 데려오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쾌히 승낙했다.

 

 

언니들이 놀러 왔다.

언니들은 아름다운 궁전에 놀라기도 하고 시기심도 났다.

시기심은 프시케를 꼬드겼다.

"너의 남편은 아폴론 신탁이 답한 대로 괴물임에 틀림없다.

그 괴물은 너를 맛있는 음식으로 기른 뒤에 잡아먹을 것이다.

남편이 잠들거든 칼을 숨기고 등불을 비춰봐라."

 

프시케는 사랑으로 충만한 남편이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었지만,

그리고 분명히 말 못 할 정당한 이유가 있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언니들의 꼬드김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프시케는 남편이 잠들었을 때,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칼을 숨기고 등불로 남편의 얼굴을 비춰봤다.

"아∼,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남편은 아름다웠다. 너무도 아름다웠다. 남편은 괴물이 아니었고 가장 매력 있는 신이었다.

금빛 고수머리는 눈보다도 흰 목과 진홍색의 불 위에서 물결치고,

어깨에는 두 날개가 있고,

날개의 털은 봄빛과 같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내 남편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신이었구나!"

 

프시케는 아름다운 남편의 얼굴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등불을 기울였다.

그 바람에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이 남편의 어깨에 떨어지고 말았다.

 

에로스가 놀라 깨어났다.

그리고 자신을 믿지 못한 프시케한테 화를 내며 말했다.

"사랑과 불신은 같이 할 수 없다."

이 말을 남기고 남편은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

프시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허사였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했다.

그러던 중 매우 어질러진 어느 신전을 발견하고, 원래 심성이 착한 프시케는 그곳을 깨끗이 청소하고 잘 정돈했다.

그런데 그곳은 다름 아닌 여신 케레스의 신전이었으며, 케레스는 프시케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동했다.

케레스는 프시케에게 다정스레 말했다.

"프시케,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면 옛일을 용서해줄 거야."

 

케레스가 이른 대로 프시케는 아프로디테에게 가서 간절히 용서를 구하자,

아프로디테는 조건으로 가혹한 일들을 시키면서 일을 잘 처리하면 용서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 일들은 프시케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개미와 여러 신들의 도움으로 모든 일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편 사랑의 분노로 앓게 된 가슴앓이에서 깨어난 에로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자,

제우스는 아프로디테를 설득하여 프시케에 대한 노여움을 풀게 했다.

결국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용서해주었다.

 

그리고 제우스는 프시케에게 불로불사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마시게 하여 신이 되게 했으며,

에로스와 프시케는 결혼하여 딸을 낳았다. 딸의 이름은 쾌락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 비극적이라 안타까운데,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고, 또 해피엔딩이라 읽는 이도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